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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13.07.23 13:36 | 조회 7615


    대한민국의 태동과 성장을 한눈에 살펴본다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 H.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우리는 그동안 아주 오래된 과거와의 대화만을 찾아 헤맸다. 기존의 박물관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물을 주로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이후 대한민국의 성립과 발전 과정을 자세하게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어렵고 지루한 골동품 창고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 26일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항 이후부터 오늘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도 호기심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근현대 유물을 통해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해온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청사에서 역사박물관으로 변신

    서울의 중심부 광화문 앞 경제기획원,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요 정부 청사로 사용된 세종로 건물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02-3703-9200, www.much.go.kr)으로 탈바꿈했다. 50여 년 전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필리핀이 미국대사관 건물과 함께 지어준 건물이다. 8층 건물 가운데 1~5층을 전시실로 꾸몄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있고, 3~5층에는 근현대사 자료 1,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현란한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빙 월'(움직이는 벽)이다. 움직이는 벽면에 역사의 한 장면들이 슬라이드처럼 흘러간다. 마치 미술관에서 비디오 아트를 보는 것 같다.
    1층 기획전시실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재발견'이다. 신기한 것은 사진이나 유물이 아닌 디지털 아카이브 파노라마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닥의 발바닥 표시에 서서 허공에 대고 손으로 화면을 넘기면서 영상 파일을 관람하게 된다. SF 영화 속 주인공처럼 손으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지만, 여러 명이 저마다 손을 들고 허공을 휘저어 원하는 대로 작동시키기가 쉽지 않다.

     

     

    기획전시실에서 무빙 월을 지나면 정면에 어린이를 위한 '우리역사 보물창고'가 있다. 1920년대 이후의 대한민국 역사를 생동감 있는 자료와 함께 체험하는 공간이다. 옛날 전차, 엄복동 자전거(동일 모델), 옛날 공중전화, 음악다방의 뮤직 박스 등 할아버지 때 사용하던 실물 자료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리역사 보물창고'는 사전 예약을 통해 예약된 시간에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입장하며, 회당 관람시간은 50분이다.
    1회 입장 인원은 30명. 인터넷(discovery.much.go.kr) 예약(20명)과 현장 예약(10명)을 통해 입장 가능하다.
    3층 1전시실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태동(1876~1945)이다. 조선이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세계에 문호를 개방한 1876년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1945년 해방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관람은 1870년대부터 연대기로 간략하게 정리한 설명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본격적인 유물을 감상하기 전에 시대별 상황을 학습하니 전시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1896년 발행된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을 비롯해 <황성신문> <제국신문> <한성순보>가 있고, 민족 대표 33인이 1919년에 낭독한 <독립선언문> 진품도 전시되어 있다.
    눈에 띄는 전시물은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다. 1886~1890년 조선의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오언 데니(Owen N. Deny)에게 고종이 하사한 것이다. 태극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82년 박영효가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였지만, 당시 사용했던 태극기는 남아 있지 않다. 김구 선생의 서명이 선명하게 담긴 태극기, 광복군의 서명이 가득한 태극기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태극기와 모양은 달라도 태극기의 변천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다.
    태극기 전시관을 지나면 일제강점기의 탄압과 수탈, 그리고 독립을 위한 국내외 민족운동과 상해 임시정부의 활동상이 전시되어 있다.

     

     

     

    폐허 속에서 피어난 희망

    4층 2전시실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기초 확립(1945~1960)이다. 6·25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가 되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근대국가의 토대를 구축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정부 수립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폐허로 변한다. 전시실 입구에 붉게 표시된 '1950. 6·25'라는 숫자가 전쟁의 잔인함을 말없이 대변한다.
    총탄에 뚫린 철모, 생필품이 부족하던 시절 수류탄이나 탄피 등으로 만들어 사용하던 등잔과 재떨이, 김일성이 중국·러시아와 남침을 준비하던 암호문서,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에 투입된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피난민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특히 승선인원 2,000명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1만 4,000여 명이 빽빽하게 탄 모습을 모형으로 제작해 실감나게 표현했다.

     



    전쟁이 끝난 뒤 대한민국은 해외 원조를 기반으로 자립경제의 기틀을 마련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밀가루 등의 원조 물품도 암울한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드럼통을 두드려 펴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자동차'도 전시실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깍두기처럼 각진 모습이 무뚝뚝해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어감 때문인지 연신 '시발' 하며 재미있어 한다.
    5층 3전시실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1961~1987)을 주제로 하고 있다.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일궈낸 모습을 보여준다.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의 여권, 월급명세서를 비롯해 중동 건설 현장에서 사막의 모래바람과 싸우며 일하는 근로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특히 독일 파견 간호사와 중동 건설 근로자들이 쓴 편지와 일기가 가슴 짠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모래바람이 몰아친다. 잠자는데 모래바람이 덮쳤고, 밥을 먹으면 모래가 씹힌다(1976년 9월, 어느 중동 건설 근로자의 일기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도 늠름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텔레비전과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별 변천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기념촬영을 하기 좋은 전시공간도 있다. 영화 <고래사냥> 간판이 걸린 극장 입구와 LP판이 빼곡하게 꽂힌 벽면이 그곳이다. 지금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친숙하고 정겨운 풍경이 추억을 상기시킨다.
    빼놓을 수 없는 곳이 4·19혁명과 부마민주화운동,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이 민주화의 열망이 표출된 전시실이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것과 더불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5층의 4전시실은 대한민국의 선진화, 세계로의 도약(1988~현재)을 주제로 한다. 전후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며 스포츠,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소개한다. 88서울올림픽의 추억과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반도체·휴대전화 등 친숙한 전시물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청와대 집무실이다. TV 뉴스에서 보던 집무실을 그럴듯하게 꾸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명소가 되었다. 대통령 책상 뒤 큰 창으로 삼각산과 광화문이 시원하게 펼쳐져 전망도 뛰어나다. 집무실 책상 맞은편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할 때 사용하는 연설대가 실물과 똑같이 마련되어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자료가 풍성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근현대사에 대한 공부가 어느 정도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전시 유물은 많지만, 과거의 삶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물 자체에 대한 해설도 부족하다. 부모가 미리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자칫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눈요깃거리 가득한 골동품 창고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역사를 이해해야 박물관 여행이 더욱 재미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책을 통해 근현대사를 먼저 접하고 방문한다면 전시물을 더 쉽게 이해하고 학습효과도 높일 수 있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대중교통

    ≫ 전철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에서 약 500m,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약 250m

    ≫ 버스
    세종문화회관 :
    - 광역버스 9401, 9409, 9703번 / 시내버스 103, 150, 401, 402, 406, 408, 607, 700, 704, 707, 1711, 7016, 7018, 7022, 7212번
    - KT광화문지사 : 시내버스 109, 606, 706, 1020, 1711 ,7016, 7018, 7212번
    경복궁 : 시내버스 109, 171, 272, 601, 606, 708, 1020, 7025번

    2.주변 음식점

    평안도만두집 : 종로구 내수동 / 만둣국 / 02-723-6592
    뽀모도로 : 종로구 당주동 / 파스타 / 02-722-4675
    이딸라시안 : 종로구 신문로1가 / 파스타 / 02-733-2272
    두부의추억 151 : 종로구 당주동 / 두부요리 / 02-733-3522

    3.숙소

    아미가모텔 : 종로구 연지동 / 02-3672-7970 / amiga.inodea.co.kr
    호텔앳홈 : 종로구 연지동 / 02-762-4343
    수송모텔 : 종로구 수송동 / 02-738-7251
    세화호스텔 : 종로구 익선동 / 02-765-2881 / www.saewha.com



     

    글, 사진 : 오주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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